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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진원 '기초논술'] 아직 메조 밥은 익지 않았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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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운영자
  • 19.11.20 09: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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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메조 밥은 익지 않았네


사람들이 바쁘다. 무엇 때문인가? 다 돈 때문이다. 바쁘게 살아야 하는 것도 돈 때문이지만, 돈 때문에 친하던 사람과 멀어지고 돈 때문에 가족과도 헤어지고 돈 때문에 곳곳에서 투쟁을 벌이고 돈 때문에 삶이 죽어나간다. 그러나 돈이 사람도 살리고 돈이 웃음과 즐거움도 준다. 

이 희한한 돈을 옛 사람들은 구름에 비유했다. 한꺼번에 뭉쳤다가 졸지에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조차 죽을 때 돈방석에 앉아 죽었다는 사람은 못 들어봤다. 

그러니 사람의 삶이 물결 같다. 평생 돈을 벌려고 애를 쓰며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어느새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부초처럼 흘러내려와 혼자 있는 자신과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할 뿐이다.

노생의 이야기가 자못 의미를 준다.

당나라 현종 때, 도사 여옹呂翁은 한단의 한 주막에 여장을 풀고 쉬려고 할 때였다. 또 한 명의 사람이 주막에 들어서더니 여옹의 옆 자리에 앉았다. 한 눈에 봐도 행색이 무척이나 초라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얼굴은 죽도록 고생을 하여 찌든 모습이었다. 그는 여옹의 옆에 앉더니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난 산동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이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남는 게 없으니…. 노형은 어디에서 오셨소?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드오.”

노생은 여옹을 보며 묻는다. 여옹은 대답대신 물끄러미 노생을 바라보기만 한다. 무슨 이야기라도 다 들어줄 것처럼 귀를 열어놓고 어떤 이야기라도 해 보라는 듯이 …….

노생은 사는 게 힘들고 고단하다고 하며 또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 언제 쯤 부귀영화를 실컷 누려보고 살다 갈 수 있을까?”  그러다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무척 피곤했었나 보다. 

그 때 주막의 주인은 메조를 씻어 솥에 넣고 밥을 지으려고 하였다. 여옹은 노생이 조는 걸 보고 보따리 속에서 베개를 꺼냈다. 그 베개는 양쪽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도자기 베개였다. 여옹은 그 베개를 노생에게 건네었다. 노생은 도자기 베개를 베자, 이내 잠이 들었다. 


베게의 양쪽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노생은 이상히 여겨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고래 등 같은 집이 있었다. 그 집은 최 씨 성을 가진 명문가의 부잣집이었다. 노생은 그 집의 딸과 결혼을 하였다. 

노생은 결혼 후에 공부를 하여 과거시험을 보았다. 과거에 합격하여 점점 높은 벼슬길에 올랐다. 어사대부 겸 이부시랑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재상의 미움을 받아 단주자사로 좌천되었다. 3년 후엔 운이 좋아 호부상서로 다시 조정에 들어와 고위관직을 맡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재상이 되었다. 이후 10여 년간 황제를 잘 보필한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자들이 모함하여 역적으로 몰렸다. 변방에 있는 장군과 결탁하여 모반을 꾀했다는 것이었다. 노생은 체포될 때에 억울함을 금할 수 없었다. 

 “고향 산동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으면 이런 억울한 누명은 쓰지 않았을 텐데, 내 어찌하여 벼슬에 탐을 냈단 말인가. 그 옛날 누더기를 걸치고 거친 음식을 먹을 때에는 마음은 편했는데……. 그때가 그립구나!” 

노생은 억울해하며 자결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내와 자식들이 말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생과 같이 잡힌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노생은 환관의 도움으로 변방으로 유배를 가는데 그쳤다. 그 후에 억울한 죄인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다시 벼슬길에 올랐다. 중서령에 임명되고 연국공에 책봉되었다. 

이후 노생의 아들 다섯은 모두 고관대작이 되었고 손자만 해도 10명이 넘었다. 노생은 만년을 행복하게 보내며 부귀를 다 누리다가 80세에 생을 마쳤다. 

노생이 깨어나 보니 그야말로 한바탕 꿈이었다. 옆에는 여전히 여옹이 앉아있고 주막집 주인이 짓던 메조 밥은 아직도 다 익지 않은 채였다. 

여옹은 깨어난 노생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인생은 다 그런 거라네.”

노생은 여옹에게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하고 한단을 떠났다.


한단지몽


주막집 아낙이 메조 밥 쌀을 씻네

오욕과 부귀영화 그대 언제 깨려나,

메조 밥 차릴 밥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네.  


노생은 온갖 부귀영화와 욕됨, 죽음까지 꿈속에서 겪었다. 그는 모든 게 부질없는 욕망임을 알았다. 노생은 깨우침을 준 여옹의 말 없는 가르침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던 것임을 ….

노생의 이야기는 ‘한단지몽邯鄲之夢’이란 소설이다. 한단지몽은 당나라 문인 심기제가 쓴 <침중기枕中記>라는 전기소설傳奇小說 가운데 나오는 이야기이다.



[예시 글]


주인공 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어 보자.


가난한 노생이 도자기 베개를 베고 자면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는 잠에서 깨어난 후 꿈에서도 깨어난 것 같다. 헛된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아마 그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열심히 살며 참된 행복을 누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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